한류가 순수한 문화현상이라기보다 경제적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취급된다는 점은 문제이다. 일반 대중들이 한류를 대중문화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데 반해, 한류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대다수 정부, 기업, 연예기획사, 심지어 학계까지도 한류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한류는 해외에서 여지없이 문화상품으로 둔갑하여 시장에서 소비자를 찾아 높은 부가가치를 실현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업주의자들은 한류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높은 이윤을 확보하는데 주된 관심이 있는 반면, 어떻게 한류를 통하여 타문화간에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인류 보편의 문화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 영화가 아무리 미풍양속을 해치고 폭력과 불법을 미화하여도 높은 값을 받고 외국에 수출되게 되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둔다.

또한 그들은 한류 댄스음악이 현지에서 아무리 대다수 성인들로부터 혐오를 받아도 열광적인 청소년 팬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한류 음반이 신나게 팔린다는 사실을 더 즐거워한다. 한국 정부 또한 한류 문화의 수준과 질을 높이는 것보다 한류 상품을 판매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문화진흥책은 없어지고 수출정책만 남는다.

두 번째 문제점은 국가 개입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정부가 한류 상품의 생산, 유통, 판매 과정에 개입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입장을 말한다. 문화관광부가 한류산업 육성 대책이라는 것을 마련하여 한류에 지나칠 정도로 개입하였음은 물론이고 외교통상부나 국정홍보처와 같은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한국관광공사 한국 문화정책개발원이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같은 정부출연기관들도 한류 산업에 대한 지원육성을 주요 사업으로 지정하였고, 심지어는 정치권도 한류가 정치적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했음인지 한류 지원에 한 몫을 담당하고자 하였다. 이는 한류 열풍의 지속과 성장에 대한 관심과 배려라기보다는 한류를 자신들의 이익에 끌어들이려는 얄팍한 상술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한류는 내셔널리즘을 숨기고 있다. 한류 현상에 관심을 보이는 대다수 학자들은 민족이기주의적 사고에 입각해 한류 현상이 한국문화의 우수성이나 보편적 정서에서 기인한다거나, 한류 상품은 중요한 전략상품으로서 한국문화수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이나 사고는 방송이나 언론, 그리고 기업 쪽으로 옮겨가면 훨씬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한류에 대한 민족주의적 시각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과 방송이 한류에 대한 특집 보도와 방송을 그처럼 많이 내보낸 것은 한류 현상이 한국의 국민들이 강하게 갖고 있는 민족적 자긍심이나 애국심에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류 현상에 대한 접근은 문화적 차원 그 자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류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문화이므로 한류를 구성하는 문화항목들의 문화적 가치를 점검하고 그 질과 수준을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여 저질 저급의 문화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싼값에 팔아 치우기보다는 장기적 투자를 통해 문화 자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한류의 확산에는 가능성과 한계가 공존하고 있다. 한류 열풍을 국가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당장의 효과를 얻고자 상대방 국가를 자극하는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민간 주도의 한류 활성화를 지원하면서 드라마, 영화, 음반, 애니메이션, 게임 소프트웨어 등 문화콘텐츠 산업 진흥에 정책적 우선을 둠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업계에는 상업적 목적에 따른 민간 차원의 과도한 한류편승 사업들을 여과시키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한류가 부작용 없이 오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는 우리 문화산업의 격을 높이는 지속적 노력이 있어야한다. 한국의 문화 사업이 유행을 추구하는 대중문화에 머물지 않고 전통문화와 예술문화를 함께 아우를 수 있도록 발전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심지현 기자  bodo@emone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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