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 그동안 경제개혁연대는 사면심사위원회 설치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 및 임명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며, 이를 위해 ‘사면심사위원의 명단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주장의 정당성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본다.
이번 판결에 따라 법무부는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고 경제개혁연대가 신청한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명단 및 약력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2.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가원수로서의 통치권 행사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사법작용에 대한 예외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그 행사에 있어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2007년 말 국회가「사면법」을 개정하여 사면심사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대통령 사면권 행사를 사전에 심사하도록 한 것이다.
사면심사위원회의 첫번째 임무였던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 심사에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위원회 구성의 투명성을 확인하고자 2008년 7월 23일 법무부에 사면심사위원 명단 및 약력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2008년 8월 1일 “위원의 명단 등이 공개될 경우 위원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위원회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정보의 공개를 거부했고,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2008년 8월 7일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후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 등 불법⋅방만 경영으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 총 45명의 재벌총수와 경영진들이 “경제 살리기”를 빌미로 대거 사면되는 일이 발생했으며, 그 결과 사면심사위원회가 법이 위임한 책무를 방기하고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제기되었다.
또, 작년 12월 31일에 있었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단독사면 역시 사면심사위원회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 사건이다. 특경가법상 배임죄와 조세포탈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지 4개월도 안된 죄인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과정에서 과연 사면심사위원회가 적절한 심사과정을 거쳐 타당한 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3. 이렇듯 사면심사위원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법무부의 밀실행정에 경종을 울린 것이며, 사면심사위원회가 투명성을 갖추고 사면법 개정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도록 바로잡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앞으로 법무부는 사면심사위원 명단을 즉각 공개하는 것은 물론, 법무부장관 등 고위공무원 5명과 민간인 4명으로 이루어져 독립성을 갖기 어려운 위원회 구조 등 사면심사위원회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근거하여 오늘 법무부에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명단 및 약력에 대한 정보공개를 재청구함으로써 관련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다.
박영재 기자 bodo@emone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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