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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 대상 수상 발표
박현식 기자 | 승인 2017.11.28 16:12
   

2017 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 ‘대상‘에는 장편영화 <뿔을 가진 소년>(131min, 감독 김휘근)이 수상했다.

11월 27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 폐막식에서 19편의 메이드인부산경쟁부문 경쟁작 가운데 김휘근 감독의 <뿔을 가진 소년>이 대상을 안게 되었다. 특히 올해 그간 단편으로 한정했던 메이드인부산경쟁 경쟁부문을 올해 처음으로 장편 데뷔작까지 확대하였는데, 4편의 부산독립장편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었으며, 그 중 김휘근 감독의 대상 수상은 부산독립장편영화의 힘을 확인하는 의미있는 수상이었다.

대상을 수상한 김휘근 감독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트로피가 수여됐다.

‘심사위원 특별상’에는 전찬영 감독의 <집 속의 집 속의 집>(24min)과 이기남 감독의 <시월의 장마>(18min)가 수상하였고, ‘기술창의상’에는 <동화>(84min, 감독 : 손일성)의 조왕섭 촬영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이,기적인 남자>(92min)에 출연한 박호산 배우와 <시월의 장마>의 유유진 배우가 배우상을 수상하였고, 관객들의 마음을 제일 많은 얻은 김재식 감독의 <이,기적인 남자>(92min)가 ‘내 마음의 영화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의 총평은 다음과 같다.

* 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 심사총평 *

올해 부산독립영화제 본선 심사는 꽤 오랜 논의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최종적으로 고심의 대상이 된 작품들은 서로 전혀 다른 영화적 문법과 서사를 보여줬습니다. 한편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반가움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영화를 발견하는 게 결코 흔한 경험이 아님을 확인하며 심사위원들의 고민도 깊어진 게 사실입니다.

작품들을 보며 몇 가지 경향을 생각해봅니다. 먼저 부녀 혹은 부자 관계를 통해 아버지의 자리에 대해 다시 묻는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아버지 남성을 향한 두려움과 증오, 그로부터 생기는 아버지의 빈자리 혹은 아버지를 향한 부정의 서사가 장르 영화적 시도와 만난 경우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결론에 이르러 다소 애매모호하게 처리되거나 연출자가 과단성 있게 앞선 상황을 돌파해가기를 주저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에서 아쉬운 지점이었습니다. 또 다른 경향으로는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는 점을 꼽겠습니다.

반지하, 낡고 오래된 작은 방, 밖으로 열리지 않는 닫힌 방, 가족들과 함께 있으나 혼자라고 느끼게 되는 집 등이 등장합니다. 젊은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주거 현실과 불안한 삶의 조건이 그녀들을 피로하게 하고 신경질적인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적, 상황적 묘사가 이후 이들 인물들이 방밖 세상과 맞설 때 힘이 돼줄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경향이자 화두는 지금의 ‘부산영화’는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향해가는가일 것입니다. ‘부산영화’에서 관습적으로 등장하는 특정 공간들이 이번 출품작들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궁금해집니다. 과연 이 익숙한 공간의 역사는 지금의 젊은 창작자이 하려는 이야기와 얼마나 밀착돼 있는가. 창작자가 자신의 질문을 풀어낼 때 기성의 ‘부산영화’가 보여준 공간으로 다시 가야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 공간은 그때와 지금 어떻게 달라졌고, 그 달라진 지점을 영화가 설득력 있게 자신의 문제로 풀어냈는가.

지금, 부산의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묻는 방식이 흔치 않다는 것은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노스탤지어의 정서 안에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산영화’가 부산 지역의 역사성과 부산을 근거지 삼아 살아가는 개인의 내밀한 역사와 부딪힐 때의 에너지를 더 많이 품길 바라봅니다. 그것이 ‘부산영화’라는 독보적인 명명에 근력이 돼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부산독립영화제와 함께해주신 감독님들께 애정 어린 응원을 보내며 다가올 제20회 부산독립영화제를 기다립니다.

2017년 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 본심심사위원 일동

1. 배우상

<시월의 장마> 유유진: 유유진 배우는 담백하고 과장 없는 이 영화의 호흡을 충실히 따르며 영화의 무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연기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20대 여성의 우울과 신경질적인 면모를 과장 없이 표현할 줄도 압니다. 특히나 배우의 맑고 투명한 얼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기적인 남자> 박호산: 영화에 대한 호감, 영화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게 이 영화 속 문제적 중년 남성 캐릭터를 완성한 건 전적으로 연기 경험이 많은 박호산 배우의 공입니다.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이 어떻게 보여야하는 지를 정확히 알고 표현의 수위를 조절해나갔기에 '밉상'과 '민폐'의 캐릭터가 캐릭터로서 자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2. 기술창의상

<동화>의 조왕섭 촬영감독: 이견 없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했습니다. <동화>의 카메라의 유려함이 때론 관객을 서사에 몰입하게 하고, 때론 멀찍이서 인물들의 동세를 관조하게 만듭니다. 영화 속 소년과 소녀가 직면하는 뼈아픈 현실 이면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전적으로 조왕섭 촬영감독의 카메라에 빚지고 있습니다.

3. 심사위원 특별상

<집 속의 집 속의 집>: 감독은 사적 다큐멘터리를 통해 부녀지간의 오랜 갈등을 카메라 앞에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갈등의 드러냄에서 한걸음 나아가 보려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특히 감독과 그의 아버지가 카메라와 거울 앞에 함께 서 있는 ‘연출된’ 장면은 이 부녀가 갈등하면서도 서로를 나란히 세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영화는 내용뿐 그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집(가족)의 폐쇄성과 집안에 고립된 개인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성과 형식적 시도가 영화에 위트가 돼주고 영화의 인상을 강화합니다.

<시월의 장마>: 영화는 인생에서 정체기를 맞은 인물들이 언젠가는 그 정체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묵묵히 그들을 지켜봐줍니다. 과도하거나 자극적인 설정 하나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압니다. 서사를 풀어 나갈 때 뒤늦게 찾아온 장마를 비롯해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영화적 장치, 에피소드를 적절히 사용한 점 또한 흥미롭습니다. 결말 또한 예상 가능하거나 기대될 법한 정서로 흐르지 않고 인물 각자가 짧은 환기의 시간을 갖게끔 한 점도 서사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작은 규모의 단편영화가 쉽게 시도할 수 없었을 비 오는 장면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세트 연출도 눈에 띄는 지점임을 함께 언급합니다.

4. 대상

<뿔을 가진 소년>: 김휘근 감독의 <뿔을 가진 소년>은 올해의 출품작 가운데 어쩌면 가장 '영화적인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특정 장르에 머물기 보다는 스릴러, 멜로, 판타지 등의 장르 문법을 무람없이 오갑니다. 정제된 컷에는 관심 없다는 투로 감독은 시종일관 자신만의 스타일을 밀어붙입니다. 이상하고 불균질적이며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이 영화의 에너지가 안정적이고 전형적인 선택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들을 관장하며 다양한 로케이션 촬영을 과감하게 진행했다는 점도 연출자의 재능 중 하나로 보였습니다. 다소 과도한 의욕으로 보이는, 반복되는 플롯 구조를 다듬어간다면 이 젊은 감독에게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감독이 기존의 영화 교육 시스템 안에서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으며 독학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뿔을 가진 소년>의 발견은 더욱 귀하다 할 것입니다.

박현식 기자  bodo@emone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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