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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횡격막 탈장 판결 항소심 선고 관련 대한의사협회 성명서
박영재 기자 | 승인 2019.02.17 22:10

수원지방법원은 항소심에서 ‘횡격막 탈장 및 혈흉’에 따른 저혈량성 쇼크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담당 의료진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 법정 구속한 2018. 10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발생 당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죄,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40시간, 가정의학과 전공의에게 금고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환아와 그 유족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그러나 동 사건에 대한 민사적인 배상에 이어 형사사건에서의 합의가 있었음에도, 선한 의도의 의료행위로 발생된 악결과를 이유로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유감의 뜻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2018. 11. 11.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하여 안전한 의료환경 마련을 요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잘못된 판결을 규탄한 바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죽음에 맞서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의사에게 중한 형사책임을 추궁했다는 점에서 수원지방법원의 이번 항소심 판결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의료행위의 핵심은 질병과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선한 의도이며, 선한 의도의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한다 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행위의 본질적인 한계이다. 진료의 과정에서 오진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고의가 아니며, 희귀질환의 진단과정에 엄격한 형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의료행위의 본질과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다.

살인적인 근무환경으로 소중한 동료를 잃은 우리 대한민국 의사들은 오늘도 열악한 의료환경과 심평의학의 갖은 통제 속에서 국민건강을 지켜내고 있다. 이러한 피나는 노력을 외면한 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오진에 대해 범죄자의 멍에를 씌우는 작금의 현실에, 우리 의사들은 더 이상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

선의의 진료의 결과가 실형으로 이어진 이번 판결로 방어진료, 필수과목 기피는 이미 진행 중이며 이로 인한 대한민국 의료의 질 저하, 무너진 환자-의사관계의 책임은 판결의 주체인 사법당국과 이를 방관한 정부에 있다.

세계의사회는 의사의 지침이나 기준의 편차를 포함한 의학적 판단의 범죄화에 우려를 표하였으며, 미국의사회는 선의를 바탕으로 한 의학적 판단이 형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도록 모든 합리적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현실과는 거리가 먼 세계적 추세 속에 우리 13만 의사 회원들은 절망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 살인적으로 과도한 업무량을 비롯한 현행 건강보험 체계하의 왜곡된 의료현실임을 명백히 밝힌다.

정부는 이러한 불합리를 근본적으로 혁파하고 대한민국의 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 과도한 업무에 짓눌린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건강을 위한 적정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말보다는 실질적 노력과 재정을 투입하기 바란다.

아울러, 국회는 의사와 국민 모두가 안전한 진료환경 속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고의 또는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행위 등을 제외하고는 형사상 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특례법을 신속히 제정,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국 13만 의사 회원은 또 한번의 중형선고로 인해 대한민국의 필수의료와 국민건강이 위협받지 않고, 상처받은 의사들의 존엄이 회복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위와 같은 의료계의 합당한 요구가 무시될 경우 의권보호를 위한 궁극적인 결단을 행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박영재 기자  bodo@emone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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