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루과이에 패해 8강행이 좌절된 선수들이 피치에 주저앉았다.

’이청용 대회 2호골 넣었지만 수아레스에 두 골 허용.. 1-2 패’

사상 첫 원정 16강에 성공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루과이에 아쉽게 패하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승리는 놓쳤지만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준 멋진 한 판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6일 밤 11시(현지시각 16:00) 남아공 넬슨만델라 포트 엘리자베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앞선 경기력을 펼치고도 1-2로 패했다. 전반 7분에 내준 선제골이 뼈아팠다. 전반 7분 포를란의 크로스가 골키퍼 정성룡(성남)을 지나 수아레스에 연결됐고, 수아레스는 빈 골문에 골을 넣었다.

너무 쉽게 선제골을 내준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 무실점을 기록중인 우루과이를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일방적인 공격 속에서도 골을 터지지 않자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전북)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무게감을 더했고 결국 동점골이 나왔다.

후반 23분 기성용의 프리킥이 우루과이 문전 헤딩 경합 중 공중으로 떠올랐고 공이 떨어진 장소에는 이청용(볼턴)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청용은 떨어지는 공을 침착하게 머리로 받아넣어 이번 대회 자신의 2호골이자 천금 같은 동점골을 뽑아냈다. 또한 이번 월드컵 우루과이의 무실점을 깨트린 골이기도 해 의미가 더욱 깊었다.

그러나 동점골을 허용한 우루과이는 공격수를 교체하며 공격을 강화했고 첫 골을 넣었던 수아레스가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다. 두 차례의 기회를 놓친 수아레스는 후반 35분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한국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정성룡 골키퍼는 수아레스의 슈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골대를 튕기고 들어가는 공은 막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후반 41분 이동국이 상대의 오프사이드를 피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상대 골키퍼의 옆구리를 맞고 뒤로 흐른 공을 수비수가 걷어내며 동점골을 만들지 못했다.결국 대한민국은 한 골을 만회하지 못해 1-2로 패하며 경기를 마쳤다.

대회 전부터 목표로 삼던 원정 16강에 성공한 대표팀은 그 기세를 몰아 8강까지 노렸지만 우루과이의 벽을 넘지 못하고 16강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8강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친 국가대표팀은 오는 28일 요하네스버그를 떠나 홍콩을 경유, 29일 오후 1시 30분 인천공항(OZ722)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염기훈 대신 김재성 선발.. 우루과이는 최정예 출격

‘녹아웃(knock-out)’ 토너먼트에 오른 허정무 감독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모두 선발출장한 미드필더 염기훈(수원)을 빼고 김재성(포항)에게 기회를 줬다. 김재성을 제외한 모든 선발 라인업은 나이지리아전과 똑같은 4-2-3-1 포메이션이었다.

세대교체를 마친 골문은 정성룡(성남)이 지켰으며, 수비진에는 이영표(알 힐랄)-이정수(가시마)-조용형(제주)-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호흡을 맞췄다. 기성용(셀틱)과 김정우(광주)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상대의 예공을 꺾었으며,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Utd.)과 이청용이 좌우날개 역할을 맡았다.

미드필드 가운데는 김재성이 주로 위치했지만 박지성, 이청용과 수비로 위치를 바꾸며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였다. 최전방 원톱은 나이지리아전 역전골로 기세가 오른 박주영(모나코)이 선발출장했다.

이에 맞선 우루과이 역시 조별리그에서 선발출장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출전하며 4-1-3-2 대형에 맞춰 최정예로 짜여졌다. 우루과이의 조별리그를 무실점으로 마친 무슬레라는 여전히 골문 앞에 섰으며, 끈끈함을 보여준 푸실레-고딘-루가노-M.페레이라 역시 포백 수비를 구축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아레발로가 나서 좀처럼 제 위치를 벗어나지 않았고, 그 앞에 A.페레이라와 포를란, 페레스가 위치했다. 우루과이 공격의 핵이라 할 수 있는 포를란은 수비보다 공격에 집중했지만 A.페레이라와 페레스는 전방 압박을 시도하며 수비적인 성향을 띠었다. 최전방에는 수아레스와 카바니 투톱.

골대 강타한 박주영의 프리킥, 그러나 어설픈 수비 실수로 선제 실점

경기 시작과 함께 우루과이는 짧은 패스를 수 차례 주고 받으며 대한민국의 페널티 지역으로 침투하며 선제공격을 가했다. 대한민국은 경기 시작과 함께 적극적인 우루과이의 공세에 잠시 당황하는 듯 했지만 이내 조직력을 가다듬으며 공격을 이어갔다. 주장 박지성은 폭넓은 움직임으로 긴장한 동료들의 움직임을 재촉했다.

기회는 대한민국에 먼저 찾아왔다. 전반 3분 이정수의 긴 패스를 받은 박지성은 반칙을 유도하며 세트피스를 만들었다.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 통쾌한 역전골이 터졌던 지역. 키커는 박주영이 나섰고 오른발로 감아 찬 킥은 상대 수비벽을 넘어 골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의 슈팅은 우루과이의 골대를 튕기며 바깥쪽으로 나갔다. 두 경기 연속 프리킥 골을 놓친 박주영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대한민국은 박지성의 주도아래 경기력이 살아났지만 수비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7분 창의적인 패스로 대한민국의 좌측면을 돌파한 포를란은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크로스를 시도했다. 정성룡 골키퍼는 공을 잡기 위해 전진했지만 공의 속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공을 뒤로 흘렸다. 수비수들마저 미처 체크하지 못하면서 생긴 텅 빈 공간에는 수아레스가 쇄도하고 있었고, 그가 할 일은 빈 골문에 공을 넣는 것 뿐이었다.

중원에서 정면충돌한 양팀, 경기는 소강상태로...

대한민국은 선제골을 실점한 이후에도 어딘가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기에는 우루과이의 전방 압박에 주효했다. 우루과이는 대한민국이 공을 잡고 전진하는 순간 흐름을 무너트리는 전방 압박을 가하며 대한민국의 조직력을 삐걱거리게 만들었다. 순간 조여오는 압박에 대한민국 선수들은 손쉬운 패스에서도 실수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우루과이의 압박은 수비적으로는 성공적이었지만 공격적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최전방 투톱을 받쳐주는 미드필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간간히 시도되는 우루과이의 역습을 어렵지 않게 차단하며 공 점유율을 높였다.

양 팀의 중원 정면충돌로 경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한 골을 앞선 우루과이는 조별예선에서 보여준 끈끈한 수비를 과시하며 ‘선수비 후역습’ 작전을 시작했다. 반해 공 점유율을 높인 대한민국은 전반 25분 넘어가면서 파상공세를 가했다. 29분에는 박지성이 왼쪽을 돌파해 크로스를 시도했으며, 29분과 30분에는 김정우와 박주영이 차례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41분에는 오버래핑한 차두리가 예상치 못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이 역시 크로스바를 넘겼다. 전반 종료직전에는 박지성에 얻어낸 프리킥 기회를 박주영이 직접 프리킥으로 연결했지만 수비벽을 맞고 나와 득점에 실패했다.

대한민국의 일방적인 파상공세, 흔들리지 않는 우루과이

후반전에도 경기의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선수비 후역습’이 장기인 우루과이로서는 원하던 양상이었다. 대한민국은 수비진에서의 안정적인 공 점유율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슈팅을 시도했다. 후반 4분에는 이영표가 재치 있는 드리블로 상대의 우측면을 완벽히 돌파한 후 위력적인 크로스를 올렸지만 상대 수비수가 가까스로 걷어냈다.

6분에는 박주영이 동점골과 가까운 슈팅을 날렸다. 미드필드에서 날아온 공을 김재성과 상대 수비수들이 엉켜서 헤딩경합을 하는 사이 공은 박주영 앞으로 떨어졌고 박주영은 노마크 상태에서 발리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 때린 박주영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박주영은 9분과 10분에 연속해서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수비수에 막혔다. 12분에는 차두리의 감아차는 크로스가 박지성의 머리까지 연결됐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허정무 감독은 우루과이가 수비 진영을 갖추고 좀처럼 흔들리지 않자 김재성을 빼고 이동국(전북)을 투입하며 전방에 힘과 높이를 더했다. 이동국의 투입으로 대한민국은 4-4-2 포메이션으로 바뀌었고 이동국이 최전방에, 박주영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위치했다.

제공권 높아진 대한민국, 후반 23분 이청용 헤딩 동점골

▲ 이청용의 극적인 동점골 장면

이동국 투입으로 최전방에 무게감을 실은 대한민국은 파상공세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이동국은 폭 넓은 움직임으로 자신에게 날아온 공을 상대 수비보다 높은 타점으로 동료들에게 연결해줬다.

이청용의 동점골도 제공권 싸움에 의해서 나왔다. 후반 23분 기성용의 프리킥이 우루과이의 문전으로 파고들었고 우루과이는 헤딩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문전에서 높이 뜬 공은 상대 페널티 지역 우측으로 들어간 이청용의 머리로 떨어졌고,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는 이청용의 헤딩을 방해하지 못하고 골을 허용했다. 이청용의 이번 대회 두 번째 골이었다.

다시 공격에 나선 우루과이, 수아레스 두 번째 골

동점골을 허용한 우루과이는 다시 골을 넣기 위해 전방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청용은 박지성의 스루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 역전골에 실패했다. 이청용의 슈팅을 간신히 막아낸 우루과이는 측면을 활용해 계속해서 전진했다.

우루과이의 공격은 최전방에 나선 수아레스에게 집중됐다. 수아레스는 후반 27분 우리의 오프사이드를 뚫으며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정성룡 골키퍼가 선방했다. 1분 뒤에는 미드필드에서의 긴 패스가 수아레스에게 연결됐지만 회심의 헤딩이 빗맞아 골문으로 향하지 못했다.

두 차례의 슈팅을 실패한 수아레스에게 세 번의 실패는 없었다. 수아레스는 후반 35분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공을 건네 받았다. 그는 달려드는 김정우를 중앙쪽으로 제치며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그의 발을 떠난 공은 크게 휘어져 반대편 골대를 튕기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성룡 골키퍼는 긴 팔을 뻗었지만 수아레스의 슈팅을 막지 못했다.

대한민국 공격 강화, 우루과이 수비 강화

수아레스에게 골을 허용해 다시 뒤처진 대한민국은 기성용 대신 염기훈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반면 우루과이는 이날 두 골을 넣은 수아레스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데스를 투입하며 수비를 두텁게 했다.

공격을 강화한 대한민국은 후반 41분 이동국이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이동국은 상대 수비 오프사이드를 교묘히 피하며 스루패스를 받았고 골키퍼와 정면으로 맞섰다. 그의 마지막 슈팅은 상대 골키퍼의 옆구리에 맞고 골문으로 흘렀지만 골라인을 넘기 전에 수비수가 뛰어와 걷어냈다.

이후에도 대한민국은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으나 후반전 추가시간 3분이 지나도록 기다리던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 (6월 26일, 포트엘리자베스 스타디움)
대한민국 1-2 우루과이
-> 득점: 이청용(후23’ 대한민국) / 수아레스(전7’, 후35’ 우루과이)
* 경고: 김정우(전37’), 차두리(후24’), 조용형(후37’ 대한민국)

◆ 대한민국 출전선수명단 (4-2-3-1)
정성룡(GK) - 이영표,이정수,조용형,차두리 – 김정우,기성용(후39’ 염기훈) – 박지성,김재성(후15’ 이동국),이청용 – 박주영 / 감독: 허정무

◆ 우루과이 출전선수명단 (4-1-3-2)
무슬레라(GK) – 푸실레,고딘(HT 빅토리노),루가노,M.페레이라 – 아레발로 – A.페레이라(후29’ 로데이로),포를란,페레스 – 수아레스(후38’ 페르난데스),카바니 / 감독: 오스카르 타바레스

이정훈 기자  style@emone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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