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은행은 직원과 가족의 명의로 환자의 직접 진찰없이 총 1978건(1만9780알)의 처방전을 발급받았다. 약국에서는 이를 일괄 송부받아 환자 방문없이 조제해서 HSBC은행으로 배송했다. HSBC은행은 이를 보관 도중 16명에게 나눠줬고, 사건 발생 시점에 1만9620알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비급여로 이루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번에 150알 처방도 급여 청구 안했으면 몰랐을 것
또 원희목 의원이 밝힌 타미플루 용법용량 초과사용자 중 지난 4월30일 대구중구에서 150알을 한번에 처방받은 건에 대해서 복지부는 “사후 진료비 심사과정에서 타미플루 약제비는 삭감 조치 하였다”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급여청구하지 않고 비급여로 했다면 복지부는 알지 못했다는 뜻이다.
위 두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비급여 관리 부재’의 문제점이 국가관리 의약품인 타미플루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동안 비급여는 관리되지 않음으로 인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과잉 청구 수단으로 사용하는 등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어 왔었다.
오히려 복지부는 고시로 비급여 인정
비급여가 타미플루 관리의 구멍으로 통하는 상황인데도 복지부는 오히려 고시를 통해서 비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 8월21일 개정한「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고시」에 따르면, 타미플루 등 신종플루 항바이러스제에 대해 “인정기준 이외에 투여한 경우에는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토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비급여는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타미플루 특별관리는 남용으로 인한 바이러스 변종 막자는 목적
타미플루는 구체적 ‘투약기준’을 정해 일선 의료기관에 내려보내기도 하고, 일일 투약보고 까지 받는 ‘특별’ 국가관리 의약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항바이러스제 부족’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남용으로 인한 변종 바이러스 발생을 막자는 이유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급여 구멍은 엄격한 국가관리의 취지를 무력화시킨다. 게다가 타미플루를 구하지 못한 대다수 일반 국민들에게는 약을 구하지 못함에 따른 불안감과 자신은 구할 수 없다는 소외감에 빠지게 한다.
비급여 인정 한시적으로 보류하고 타미플루 투약 상황 점검해야
지금은 신종플루로 인한 국가위기상황이라는 특별한 시기인 만큼 항바이러스제에 관해서는 이런 신종플루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 ‘비급여 인정’을 한시적으로 보류해야 한다. 또 거점병원과 거점약국에 배포된 항바이러제 투약현황에 대해 전체 점검을 해 이런 일이 있는지 조사해 보아야 한다. 국민들의 불안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정치부 bodo@emone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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