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 가요계에 ‘역주행’이라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다. 2014년 8월에 음원이 발표된 이후 주목을 받지 못 했던 EXID(이엑스아이디)의 ‘위아래’가 음원 차트에 다시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역주행을 시작한 ‘위아래’는 놀랍게도 음원 발표 약 4개월 만에 Mnet뿐만 아니라 공중파(KBS, SBS)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역주행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등에서 이전에 발표된 음악이 재조명되었을 때 그 곡들이 다시 음원 차트에 진입했던 경우가 있었다. 이외에도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과 같이 특정 계절을 겨냥한 노래일 경우, 한 해의 일정 시기마다 차트에 재진입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EXID의 사례는 위의 사례들과 사뭇 다르다. 이전까지 존재했던 역주행의 경우 역주행하기 이전에도 이미 큰 관심을 받아 인기를 끌었던 노래였던 반면 ’위아래‘는 차트 진입은 물론 방송출연도 몇 번 하지 못했던 곡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역주행을 한다 할지라도 EXID와 같이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곡은 없었다.

‘위아래’의 역주행에 불을 지핀 것은 EXID 멤버 중 한 명인 ‘하니’를 찍어서 올린 동영상으로 전해진다. 공연을 하는 EXID의 멤버 중 한 명에게 집중해서 찍은 동영상(이후 ‘직캠’)을 ‘Youtube(이후 ’유튜브‘)‘에 올린 직캠러(직캠을 찍는 사람)는 ’pharkil‘라고 알려져 있다. 이후 이 동영상은 엄청난 조회수와 댓글수를 기록하며 팬 사이트, 직캠 사이트, 페이스북(Facebook), 블로그, 카페 등으로 퍼져나갔다. 그로 인해 EXID와 ’위아래‘가 큰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EXID의 차트 역주행 과정에서 문화의 소비자라고 일컬어지는 대중으로부터 ’직캠‘과 ’음원 차트 역주행‘이라는 또 다른 문화를 창조한 ’프로슈머(prosumer)’로서의 면모를 발견된다.

프로슈머(prosumer)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로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다양한 유형의 프로슈머가 존재하지만, 목적에 따라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프로슈머(네이버 국어사전)”에 한정시키도록 한다. 프로슈머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엄격히 분리되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 등 전자기술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고 또 이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 등의 다양한 전자제품이 단순한 통신기기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시각 문화를 제작, 활용할 수 있는 매체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박상돈, 2007). 따라서 소비자는 더 이상 소비자의 위치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본인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형태의 시각 문화 중 오늘날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동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동영상은 정적인 사진이나 그림과 달리 연속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점에서 보다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이정현(2002) 또한 웹 동영상이 다른 종류의 콘텐츠보다 쉽게 사용자의 시선을 유도하고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의 주목성을 높여준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는 동영상이 프로슈머의 영향력을 설명하는 데 가장 유용한 매개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김근식 기자  nice37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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