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성인지 예산서가 국회에 제출됐으나, 성인지 예산서라 이름 붙이기도 아까운 수준으로 제출돼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예산 심의 과정에서 2006년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2010년부터 제출하게 된 성인지 예산서를 준비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왜 이런 부실한 성인지 예산서가 제출된 것인지 엄중히 따져 물을 것이다.

이번에 제출된 2010년 성인지 예산서에서 보여주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보다 성인지 예산제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성인지적 접근을 통해 국가재정의 효율을 꾀하고 국가 발전을 이루고자 했던 국회의 강력한 요구와 의지가 담긴 성인지 예산서에 대한 기대를 행정부가 보기 좋게 묵살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성인지 예산서가 왜 도입이 됐는지, 어떤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이 됐는지 알 수 없는 보고서로 제출됐다. 국가 재정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예산의 원칙’으로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예산 편성에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했음에도, 그 어디에도, 그런 흔적이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7천개가 넘는 정부 사업 중 195개 사업에 대한 기본 설명과 성별분리 통계를 첨부해서 취합해 제출 했을 뿐이다.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한 보고서라 이름 부치기 민망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분석 대상의 범위에 있어서도, ‘기금’ 부분은 포함하지 않은 채로, 일반 회계와 특별회계 사업 부분만 제출되었다. 성인지 예산의 세부양식과 관련해서도, 올해 4월 제출된 예산편성지침과 시범사업 과정에서 포함돼 있었던 성별분리통계에 대한 원인분석과 대안, 목표도 빠져 있다.

이런 보고서를 내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교육을 하고, 컨설팅을 하고, TF회의를 진행했다는 말인가?

내실있는 성인지 예산서를 위해서

첫째, 성인지 예산서를 담당할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추진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할 것이다. 성과주의제도를 도입할 당시 사업본부를 꾸리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성인지 예산서는 여성부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예산실의 문화방송예산과에서 겸임하고 있다.

둘째, 각 부처별 담당자들의 교육도 중요하겠지만, 성인지 예산 전문가를 시급히 양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기금 사업을 포함하는 것을 비롯해서, 예산의 성별 영향을 사전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로서 성별차이와 예산 및 수혜분석, 개선 방안과 목표 등이 담길 수 있도록 성인지 예산 양식이 보완돼야 할 것이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성인지 예산을 검토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2009년 11월12일

정치부  bodo@emone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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