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무대가 압권이다. 무대 위에 거대한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그 둘레에는 유공파이프가 놓여져 있다. 모래밭에는 오래된 나무 밥상, 재봉틀, 요강, 여행가방 등이 파묻혀있다. 객석도 무대로 올라온다. 객석과 관객 또한 하나의 오브제가 되는 것이다. 12월 16일부터 20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바람의 정거장>의 한 장면이다.

과연 누가 무대 위에서 이런 상상력을 펼쳤을까? 그 주인공들은 현재 한국 연극계의 최정상급 아티스트인 연출가 김아라, 무대미술가 박동우, 설치오브제 작가 김광우, 영상아티스트 최종범이다.

연극 <바람의 정거장>(연출 김아라)은 침묵극이다. 대사 없이 극을 전달하므로 어떤 연극보다 공간언어의 중요성이 커진다. 현재 한국 연극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 네 명의 거장들이 뭉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사의 공백을 무대가 채워준다.

연출가 김아라는 <바람의 정거장>의 무대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침묵극은 기존의 연극과 비교했을 때 감상하는 방법에 조금 차이가 있다. 그 동안 연극을 감상할 때 배우의 대사에 집중했다면, <바람의 정거장>을 볼 때는 각 장면 전체를 감상하면 좋겠다. 마치 하나의 미술품을 보고, 음악을 듣듯이 즐긴다면 침묵극의 묘미를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의 정거장>을 함께 작업하고 있는 박동우, 김광우, 최종범은 나의 연출의도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 하고 무대 위에서 그것을 구현하는 최고의 파트너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모두 머물렀다 떠나는 장소인 ‘정거장’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며 적절한 무대장치들을 찾아냈다. 또한 그 무대가 영상과 결합되면서 상상하기 힘든 감동을 받으리라 자신한다.”

무대미술가 박동우는 <바람의 정거장>을 함께한 소감을 아래와 같이 밝혔다.

“<바람의 정거장>은 객석이 무대로 올라온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객석도 하나의 세상이며, 객석 또한 하나의 무대라는 뜻이다. 객석에는 덧마루를 그대로 노출해서 무대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할 계획이다.”

“연출가 김아라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수십 차례 함께 작업하면서 호흡을 맞춰왔다. 이번 정거장 연작시리즈도 계속 함께 하면서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다. <바람의 정거장>과 같은 침묵극에서는 언어가 빠지면서 언어로 규정된 해석도 빠지게 된다. 관객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길 바란다.”

이번 공연은 12월 16일(수)부터 20일(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하루에 2회씩 5일 동안 공연된다. 관람료는 R석 3만원.

김아라, 박동우, 김광우, 최종범은 누구?

-연출가 김아라 : 1986년 테네시 윌리암스의 <장미문신>으로 연출 입문한 후 40여 작품을 연출하였다. 1992년 극단 무천을 창단했고, 1997년 안성시 죽산면 야외극장을 설립, 10년 동안 그리이스 비극, 셰익스피어 사대비극 등 이른바 복합장르음악극을 완성하였으며 일본, 유럽 등지의 해외활동에 주력하였다.

-무대미술 박동우 : 87년 극단 산울림 <숲속의 방> 데뷔. 대표작 극단 에이콤 <명성왕후>•<영웅>, 산울림 <고도를 기다리며>, 정동극장 <Korean Musical Miso> 등 20년간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200편 등 다수. 한국 뮤지컬 대상, 한국연극예술상, 서울연극제 미술상 등 수상. 現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교수.

-설치 오브제 김광우 : 08년 <WaterLink> Japen, 07년 <봄날의 꿈> 세종대왕릉 설치미술, <The song of mandala> installation&performance / 캄보디아, 06년 <노래하라 사랑아> 설치미술 퍼포먼스. 설치 미술가.

-영상 최종범 : 개인 전시 및 무용, 연극, 콘서트, 파티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여 영상 작업하고 있으며, 시카고 페어와 퀼른마트 페어 참가. 대표작 무천 <앙코르와트 공연>, <안트리오 크리스마스 콘서트>, <현대춤작가 12인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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