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예상치 않게 얻은 돈을 어떻게 사용하나요?

일해서 번 5만원과 길에서 주은 5만원은 같은 값임에도 그 가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이러한 심리의 원인인 ‘심적 회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란 마치 기업에서 회계처리를 할 때 비용, 지출, 수입 등을 구분하여 기록하는 것처럼 머릿속으로 돈마다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심적 회계로 인해 오락비용의 지출과 생활비 비용의 지출을 다르게 느끼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적 회계는 일종의 ‘틀 짜기 효과’입니다. 틀 짜기 효과란 어떤 사안이 제시되는 방법에 따라 동일한 사안이라고 해도 그에 관한 사람들의 해석이나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인식의 왜곡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컵에 담긴 절반의 물을 보고 ‘겨우 반만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것과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심적 회계에 따라 구매행동에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두 예시로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A가게에서 50000원에 파는 신발이 있습니다. A가게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B가게에서는 동일 제품을 25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2. C가게에서 200만원에 최신형 냉장고를 판매합니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D가게에서는 동일 제품을 197만 5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값을 절약함에도 2번의 경우에는 굳이 멀리 가지 않습니다.

이는 틀 짜기 효과에 의한 심리 때문입니다. 1번의 경우에 상대적으로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죠.

요즘은 천원 단위의 소액결제에도 신용카드가 가능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사용합니다. 신용카드야 말로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심적 회계의 대표 사례입니다. 우리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신용카드와 현금을 다른 범주로 분류합니다. 현금의 경우 지출을 바로 체감할 수 있지만, 신용카드는 몇 개월 후 빠져나가기 때문에 같은 값이어도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신용카드가 소비하기에 수월한 것이죠.

이러한 심적 회계의 작용은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2~3000만원의 새 차를 구매할 때 추가로 100만원하는 추가옵션은 쉽게 받아들이지만, 중고차에 몇 십만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기는 망설이는 경우입니다. 왜냐하면 신차 구입 시에는 옵션의 가격을 총비용에 포함시키지만 중고차의 경우에는 별도의 지출로 구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더 높은 지출임에도 신차의 경우에 부담을 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심적 회계는 마케팅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그 사례로 백화점 상품권이 있습니다. 요즘 백화점에서는 30퍼센트의 할인행사보다 상품권을 직접 줄 때의 반응이 더욱 뜨거운데요. 구입금액 10만원마다 지급되는 만원의 상품권은 공돈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의 입장에서 현금할인은 백화점으로 되돌아오기 어렵지만 백화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은 대부분 되돌아옵니다. 공돈이라 여겨지는 애매한 가격의 상품권 때문에 더 많은 소비를 부추깁니다.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면서도 수익을 올리는 백화점의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해야 할까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선 심적 회계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되도록 신용카드사용을 자제하며, 가격에 상관없이 어느 정도의 절약이 가능한지를 따져야 합니다.

또한 예상에 없던 수익이 생겼을 경우 임시로 생긴 공돈이 아닌 월급과 같은 수입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노력 없이 생긴 수익은 월급에 비해 빨리 지출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죠. 지출을 분리하지 않는다면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김근식 기자  nice37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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